Icona Pop – I Love It (feat. Charli XCX)
1.
어쨌거나 좋든 실든 요즈막의 미술을 동시대 미술이라 부르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이는 이전의 역사적 단계의 미술과 다르다는 것은 혹은 달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수긍하는 것이다. 그럼 동시대는 어떤 시간대일까. 현재주의le presentisme라는 시간 없는 세계의 시간성을 가리키는 개념을 굳이 참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시간을 지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이 ‘순간’에 집중되었음을 알고 있다. 현재라는 시간이 압도하는 세계에서 미래와 과거는 전에 없던 모습을 취한다. 미래란 시간의 표지에 대해 품었던 뭉클하고 아찔한 기대와 감각은 더 이상 만회할 길 없어 보인다. 과거를 전시하고 상연하는 숱한 장소들은 과거가 실종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저런 박물관에 전시된 숱한 이미지와 사물들은 과거를 현재의 파편으로 통합한다. 이는 동시에 시간이 공간화되었음을 증언한다. 뉴트로나 레트로, 빈티지, 노스탤지어 등은 오늘날 과거가 취한 의장(意匠)이랄 수 있다. 과거는 오늘날 집어 들어 맛보고 냄새 맡고 눈요기해야 할 취미의 곳간에 다름 아니다. 진로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이 새로운 진로소주이지만 지난날의 진로소주인 식이다. 조너선 크래리의 말마따나 극단적인 산만함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방향을 향해 치닫는다. 그것은 바로 여기 지금의 충격이라는 방향이다. 그 방향을 향하는 이미지나 행위를 가리키는 우아한 말들이 ‘숭고’이든 ‘언캐니’이든 ‘트라우마’이든 그건 일단 논외로 치자. 문제는 충격만이 남은 듯 보이는 세계, 주목과 주의가 희귀해진 찰나적 지금의 세계에, 비평은 가능할 것인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