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꺼져다오, 좆같은 호모새끼들아


오해를 미연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한마디. 나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시쳇말로 ‘폴리티컬리 코렉트’하기는 커녕 그 말만 들어도 사지가 부르르 떨리는 세칭 동성연애자 혹은 호모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동성애혐오적인 증오도 아니며, 동성애혐오를 내면화한 어느 비뚤어진 게이의 자기혐오도 아니라, 친애하는 나의 재수 없는 벗들에게, 우리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을 털어놓고자 하는, 의리 반 푼어치 없는 욕설일 뿐이다. 이제 모두들 노골적인 자기의 음험한 욕망을 자제하며 사회의 보편적인 선을 유지하기 위해 짐짓 위선적인 공중파 텔레비전을 보던 시대는 사라졌다. 이를테면 미국 텔레비전을 빗대어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것은 이제 <코스비가족>이나 <달라스>가 아니라 <섹스 앤 시티>와 <퀴어 애즈 포크>이다. 케이블 채널이 창궐한 이래 우리가 바라보는 텔레비전은 갖은 싸구려 욕망을 전시하며 우리는 얼마나 솔직한가 얼마나 반항적인가 자화자찬하는 저능아들의 세계이다. 나는 거의 모든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증오한다. (고백하자면 내가 제일 증오하는 채널은 “온스타일”이다. 이 유치찬란한 채널의 미덕이 있다면 인생은 스타일에 불과하다는 그들의 허무주의적인 채널 이름에 있다) 그러나 진정 내가 증오하는 프로그램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들은 대개 미국산 “리얼리티 쇼”이다. 우리 시대의 윤리적인 추문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현장 고발 치터스>나 <제리 스프링거쇼>같은 저질 폭로 프로그램에서부터 <미운오리새끼>같은 이른바 변신 쇼를 거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2>, <배철러>같은 사랑을 두고 장난치는 기괴한 변태 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리얼리티쇼이다. 그러나 그 중에 날 가장 돌게 만드는 쇼는 단연 <퀴어 아이>이다. 그것은 적어도 게이로서의 내 삶의 위엄을 무참히 짓밟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퀴어 아이> 이후에 게이는 더 이상 성정체성이 아니다. 퀴어란 무엇인가?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상식적인 답변은 그것은 21세기 초반에 극성을 부린 어떤 소비자 집단의 정체성이란 것이다. <퀴어 아이>가 볼 품 없고 미련한 이성애자 남자를 끌어내어 그들을 ‘쿨’한 존재로 탈바꿈시킬 때, 그 극성맞은 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천명하는 몸짓은 쇼핑객의 제스처이다. 하긴 그들만 그러한가. 자유란 이념조차 상품의 카탈로그로 만들 줄 아는 이 멋진 “소비의 신세계”, 어디 한 구석 안 그런 데가 있는가.
<피처>라는 잡지의 청탁을 받고 기고한 글.

7 thoughts on “제발, 꺼져다오, 좆같은 호모새끼들아”

  1. 온스타일, 각종 리얼리티 쇼, 그 중< 퀴어 아이>가 확 돌게 만드는 호모가 비단 저뿐은 아니라는데에 안도하고 갑니다.

  2. 안녕하세요.
    저는 퀴어애즈포크를 보며 내가 가지지 못한 쿨함의 자본을 소유한 그들을 부러워 하며 허상뿐인 자긍심을 욕망하는 한 찌질이입니다.
    저같은 인간에게 처방전과도 같은 이런 글을 발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3. 찌질이님, 화곡동 슬럼가 찌질이와 비슷한 불편한 심정으로 사셨군요. 처방전이라기보다는
    공유하게 된 불평일텐데..언제 한번 자리를 빌어 제대로 투덜대고 규탄하고 하지요..후후

  4. 님! 어떻게 지내시는거예요? ^-^
    조용히 포스팅 기다리고 있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시네요.
    이번달 말까지 서울아트에서 좋은 프로그램하던데..
    오즈 영화도 2편있더라구요… 혹시 오시나요? ^-^
    날 추운데 감기 걸리신건 아니죠?
    몸 조심하시구, 소식 전해주세요. ^ㅡ^

  5. 엄동설한의 광풍을 뚫고 영화를 보러 갈 의욕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엔 제 게으름의 수준은 “대략” 동면에 가깝습니다. 씽크대에 쌓인 설거지 그릇이며 사방 널린 옷들을 주체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업데이트가 거의 없어 죄송합니다. 이 사이트는 그간 써놓은 글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또 그간 무슨 글을 쓰며 먹고 살았나 돌아보기 위해 만든 사이트입니다. 근자엔 청탁도 거의 없고, 따라서 글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 청탁과 관련없이 제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도 없고, 블로그체 다이어리도 저의 관심이 아니라 이렇게 허술한 꼴이 되었습니다. 들러보시는 분들에겐 민망할 따름입니다. 마침 방학에 접어들어 몇 꼭지 생각을 가다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서노트라도 가끔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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