祝賀!!

– 얼마간, 제법 많은 영화를 보았다. 순전히 강요 반, 억지 반에 의하여 보았던 <왕의 남자>를 비롯하여, 역시 언제나 나를 전율하게 하는 샹탈 애커만의 영화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후배 녀석의 도움으로 노트북과 연결된 티비로 보았던 몇몇 이른바 Dvix 버전의 영화들(웨스 앤더슨의 잔재주 가득한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이나 그다지 건질 건 없으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 Napoleon Dynamite>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엊그제인가 아마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인 겨울방학의 최후의 영화일 <돈 컴 노킹>을 보았다. 그런 영화는 결국 늙은 자들을 위한 영화이다. 추억에 의존하여 볼 수 있는 영화. 즉 그 영화를 보기위한 사전 조건으로 그 영화가 의존하고 있는 정조 또는 기분을 진작하기 위해 그 영화의 전작을 보았던 기억을 요구하는 영화. 물론 <돈 컴 노킹>은 관례적인 이름으로 신작이지만 그것은 전작보다 더 노후한 신작이다. 빔 벤더스는 샘 새퍼드와 다시 의기투합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고, 나는 보고난 후 조금 기분이 좋았다. 아마 영화가 예시하는 미래가 밝았고 또한 젊은 것들에게 기대를 보낸다고 이야기하는 늙은 감독의 정중함에 조금 감동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늘 남는 불만. 빔 벤더스는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이다. 서부극을 찍는 현장에서 출발하여 미국의 몰락한 어느 시골 읍내를 전전하고 그를 통제하는 첨단의 경영 컨설턴트의 모습을 병치하는 그의 악취미는 전적으로 미국 보수주의자의 –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빔 벤더스는 숫제 유타주에 사는 어느 극렬 몰몬교도의 모습을 빌려 쓴 듯하다 – 모습과 흡사하다. 문득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깨닫고 말을 타고 촬영장을 탈출한 어느 노배우의 방랑기. 그의 난데없는 행적은 허리우드 영화에서 끈덕지게 등장하는 귀환의 몸짓을 흉내낸다. 그렇다면 어디로 귀환할 것인가. 고향, 엄마, 과거, 자신이 저지른 기억할 수 없는 잘못 등. 그래서 이 영화는 더없이 늙고 추하며 반동적이다. <파리 텍사스>는 얼마나 절망적인가. 절망적이기를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늙은 자들의 약점이고 죄악이다. 하물며, 나는 또 얼마나 치사한가.

– 임박한 개강. 시쳇말로 다음 학기는 “장난이 아니다”. 이틀 동안엔 매일 두 개의 강의를 뛰어야 하고 그것도 주야로 뛰는 것이다. 순전히 방학 동안의 가난을 이겨보자는 탐욕스러운 잔꾀이다. 제 꾀에 빠진 토끼가 된 만큼 열심히 뛰자.
– 아차, 올 겨울 방학의 마지막 영화는 필경 <브로크백 마운틴>일 것이다. 뉘가 가져단 준 홍콩의 어느 일간지에서는 무려 몇 면을 털어서 브로크백 마운틴 특집을 실었다. 영화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브로크백 마운티 효과이다. “카우보이패션이 뜰 것이다” 류의 기사와 더불어 홍콩의 게이 신에 대한 기사가 몇 면에 걸쳐 보도되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어느 삶의 세계가 조명된다. 참으로 비참하다. 한 편의 영화보다 못한 삶의 세계에 내가 살고 있다. 영화를 통해 덤으로 알려지는 삶. 고약하다.
– 이미 완성된 강의계획서를 계속 주물럭대고 있다.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실수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학기 중에 다시 점검하면 될 강의 텍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행여 준비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노심초사한다. 重病이다. 망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이 초라한 심성을 언제 다부지게 단련할꼬.
–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신장개업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비밀을 엄수하며 해야 할 자신의 일을 가졌다는 것. 그것은 다 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한 더 이상 내 곁의 사람이 아니기도 하는 뜻이어서 섭섭하고 울적했다. 그러나, 반드시 전할 말, 祝賀!!

3 thoughts on “祝賀!!”

  1. 축하라는 제목이 맘에 들어서…. 집에서 편집작업하다 완전히 디프레스되서 가슴까지 울렁울렁거렸는데.. 이곳저곳 기웃대다 형 글 보다보니 조금 진정이 되네요^^ 저 환영이고요.. 가끔 들를께요.. 건강하시고~~

  2. 영화제나 되야겠지요. 언제인지는 아직 기약없고요. 슬슬 어떤 영화제가 있나 살펴보고 있는데 모르죠 모…. 알려드릴테니 시간되면 꼭 오세요. 글고 제가 부른 모든 분들은 영화보고 나서 좋은 얘기만 해야 합니다. 쓴소리는 절대사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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