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의 책


Bessie Smith – St. Louis Blues (1929)

  • 이런 허접한 글을 올려도 될 지 싶지만, <타이틀매치> 전시를 위해 내가 선별해 추천한 책들에 대한 간략한 선정의 변을 부탁받고 급하게 몇 줄 적었다.

1.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마성일 엮음, 책읽는오두막, 2013.

브레히트의 글은 일종의 암호 해독이다. 그의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비밀이 숨은 곳을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가장 명료한 말로 그것을 풀이한다. 사이비 예언가들이 넘쳐나는 오늘, 현재의 세계의 해부학자가 어느 때보다 요긴하다. 그 탓에 브레히트의 글은 더욱 긴급해진다.

2. 최인훈, 화두 1-2, 문학과지성사, 2008.

그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한국 문학에서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떠났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것이 나만의 생각이었겠는가. 그는 러시아 혁명에서 시작해 동구권의 몰락으로 끝난 시간대를 역사의 한 시퀀스라고 생각한 거의 유일한 한반도의 코즈모폴리턴적인 소설가이다. <화두>에서는 그런 그의 넓고 깊은 시야가 발광(發光)한다.

3. 에카 쿠르니아완,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박소현 옮김, 오월의봄. 2017

에카의 소설을 두고 아시아에서의 마르케스의 탄생이라고 말한 것은 낯간지러운 말이 아니다. 그는 문학이 여전히 역사에 관해 말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언한다. 누가 온갖 이야기의 장르를 뒤섞어 이토록 버젓하고, 숨 막히는 역사의 서사시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4. 포루그 파로흐자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신양섭 옮김, 문학의숲, 2012.

파로흐자드는 고요하고 단호하게 여성이란 명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슬람혁명 이전의 진정한 혁명적 시대를 살았던 이 여성 시인은 베일과 부르카 속에 유폐된 여성의 열정을 온 몸으로 증언한다. 또한 공식적 역사가 절대 말할 수 없는 갇힌 목소리를 누설한다.

5. 비자이 프라샤드, 갈색의 세계사, 박소현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5.

비자이 프라샤드의 이 책은 쓰인 책이라기보다는 쓸 공간을 열어주는 충동이다. 그가 제3세계의 역사,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세계사의 중심에 복귀시켰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글은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것, 기억되지 못한 것이 어딘가에 있음을 퍼뜩 느끼게 한다.

6.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외, 최성만 옮김, 2008.

한 때 ‘역사철학 테제’로 알려진 벤야민의 아포리즘은 읽는 이를 숨 막히게 한다. 시간, 기억, 이야기, 역사, 경험 등의 무한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개념들을 그는 마법사처럼 직조한다. 그리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사유의 급류 속으로 등을 떠민다.

7. 페터 바이스, 저항의 미학 1-3, 탁선미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이 소설을 역사소설이 불가능한 시대의 마지막 역사소설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살지 않았던 시대, 내가 거주하지 않았던 장소, 내가 겪지 못한 사건들이지만,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역사의 행정(行程)을 만들어냈는지 느끼고 알 수 있다. 회상이 마침내 역사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만큼 잘 말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8. 알랭 바디우, 세기, 박정태 옮김, 이학사

바디우는 명성은 높지만 인기는 그다지 없는 희한한 철학자이다. 그러나 그가 왜 명성을 얻어 마땅한 지를 밝혀주는 최고의 텍스트는 역시 지난 세기에 대한 결산을 밝힌 이 책일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결산은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대차대조표이다. 인권, 민주주의, 국가폭력 등으로 이어지는 개념을 빌어 지난 세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정설이 되었을 때, 그것에 감히 반격할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9.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시간의 목소리, 김현균 옮김, 후마니타스, 2011

갈레아노는 제3세계의 브레히트일 것이다. 그는 한 페이지 이상 글을 쓰는 것은 죄악이자 최악의 낭비라는 듯이 글을 쓴다. 그러나 그것은 소셜미디어에서 무례하게 제한하는 글자 수의 글쓰기와는 다른 것이다. 그는 세계 전체를 응축하는 장면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교훈을 끌어낸다. 물론 읽는 이에게 충격을 주면서.

10. 서동진, 박소현 엮음, 비동맹 독본, 현실문화, 2020.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짜 기억들을 걸러내고 닦아야 할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만들어진 책이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헛된 꿈으로 신세를 망쳐버린 시대로서 지난 세기를 기억하려는 이들이 만들어낸 거짓 소문을 이겨내기 위해 이 텍스트북 혹은 참고서적을 읽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