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없는 신체 혹은 신체 없는 기관

기관 없는 신체 혹은 신체 없는 기관 – 신체의 재현과 그 위기


재현의 위기 그렇다면….
<아침형 인간>이란 자기계발서가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기계발서의 유행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명민한 사회학자라면 이러한 자기지침서(self-help manual) 혹은 자기계발서의 유행을 이른바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사회적 증상(social symptom)으로 진단하고 그것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회학 혹은 문화이론으로부터 이러한 자기계발서에 대한 분석이 적잖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이 자기지침서를 분석의 대상으로 정의할 때 주로 의지하는 개념은 “자아(self)”이다. “재귀적 근대성(reflexive modernity)”이란 개념으로 후기 근대자본주의의 주체성을 분석하는 앤서니 기든스의 입장 역시 자아 정체성이란 개념의 둘레를 맴돈다. 후기 근대의 자기정체성에 관한 그의 저작의 제목은 <근대성과 자기정체성>이었다.
그가 말하는 후기 근대의 “성숙한 자아”란 재귀적 근대성의 체계 안에 놓여 있다. 재귀적 근대성을 설명하는 한가지 방식은 근대화는 곧 탈전통화라는 것이다. 탈전통화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규정하는 일반적인 규범을 합리적인 반성의 대상으로 옮겨놓는다. 줄여 말하자면 이는 ‘감히 자신의 오성을 사용하여’, 전통이나 미신과 같은 억견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앤서니 기든스는 탈전통화라고 불리우는 근대성의 영향은 정치나 경제와 같은 공식적인 사회적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탈전통화의 논리는 이제 일상적인 삶의 영역으로까지 흘러들어 미만해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우리는 몸에 관한 의료과학의 공식적 지식의 일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대체의학을 선택한다, 우리는 친밀성의 유일한 합법적인 형식인 이성애적인 결혼을 상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안적인 가족을 인정하고 있다 운운).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후기 근대이고 성숙한 근대성이다. 이제 탈전통화라는 근대의 비판적 해석학은 바야흐로 결혼과 가족관계, 그리고 사랑이라는 친밀성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기든스가 예상하는 후기 근대의 성숙한 주체의 모습은 혹시 그 반대의 모습을 취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개척하는 성숙한 근대적 주체의 재귀성은 거꾸로 뒤집혀져 우리의 삶을 옥죄는 “금지 없는 명령”이 된 것이 아닐까.
– 문학과 경계 봄 호에 기고한 글의 도입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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