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량한 마음

– 꼬박 일주일 째 두문불출. 병원엘 다니러 간 걸음을 제외하곤 거의 외출을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다. 한번 회의를 하러 영등포에 나갔다 왔는데 아주 고역이었다. 내일 강의를 위해 신촌으로 나가야는데 큰 걱정이다.
– 아마 공기 중에 끄응..하는 묵직하고 쓸쓸한 신음이 퍼져 있을 것이다. 원고를 끝내고 다시 다른 원고를 수정하느라 심심하거나 적적할 틈은 없었다. 어느 사이에 겨울이 성큼 코 앞까지 도착했을 것이고, 올 늦가을의 철갈이는 이것으로 마감될 것이다. 일년에 딱한번 이즈음에 이토록 앓는다. 무슨 일일까.
– 엊그제 꾀둥이가 죽었다고 흐느끼며 아우가 전화를 걸어왔다. 제 놈 집에 맡겼던 그 어린 녀석이 장난을 부리다 아마 장작더미에 깔렸던 모양이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터에다 울고 있는 사람 달래느라 어영부영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었는데, 계속 아슴아슴 그 멍청하고 미련하며 순한 숫놈 강아지가 생각난다. 땅콩이라고 불리며 동물병원에서 뒤웅박처럼 찬밥신세이던 놈을 지난 추석 즈음 사온 것이 꾀둥이다. 혼자 지내는 센둥이에게 동무를 붙여주고 싶기도 했고, 애완견이라는데 완연 똥개처럼 생긴 놈이어서 아무도 안사가단 이야기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첫 몇달 데리고 살면 으레 저지르는 갖은 악폐를 저지르며 놈은 집에서 같이 겨울을 났고 여름까지 집에서 잘 살았다. 개 두마리를 빈 집에 두고 쏘다니는 게 영 안스럽고 미안해 사람 손길 닿는 곳으로 보낸다고 보낸 것이 결국 이런 꼴이 됐다. 손가는 게 귀찮았으면 기르지 말았어야지, 책망하고 나무라는데, 그런 반성과 상관없이 씩씩하고 충직하던 놈이 자꾸 생각난다. 너른 뜰이 있는 집을 장만하기 전까지는 개 기를 맘을 접기로 했다. 속상하기 한량없다.
– 철바뀐다고 단풍놀이 가자던 후배 놈들이랑 내내 약속이 어긋났다. 이번 주말엔 가까운 남산이라도 다녀올 수 있느려나..

“처량한 마음”에 대한 4개의 생각

  1. 마음아프네요.꾀둥이 사진보고 귀여워하던 게 엊그제같은데…저희집도 작년에 10년간 생활하던 강아지가 죽어서 상심이 컸었거든요.하늘나라서 평안하길 꾀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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